다섯 번째 계절

 

 

플라타너스, 아카시아, 가시나무의 껍질들, 풀잎과 열매로 소꿉놀이를 하던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흐려지지 않는다. 그 속에는 독특한 촉감, 색감, 냄새가 자리 잡고 있다. 집 뒤 켠의 우거진 숲 속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습하고 음산한 기운은 큰 두려움이었고 특유의 냄새 역시 지금도 지금까지 나를 따라다닌다. 그런가 하면 시야를 시원하게 하는 싱그러운 초록의 생명은 지친 내 몸을 위로하고, 연약한 겉모습의 식물에 내재한 강인한 에너지는 나를 기이한 환상의 세계로, 혹은 질긴 생명력의 세계로 이끈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 환경에 적응해 온 식충식물, 선인장과 같은 식물들은 생명의 경이로움과 기묘함을 알게 한다. 신비함은 우리로 하여금 환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원초적으로, 직접적으로, 질긴 생명력을 발산하는 이러한 식물들은 나의 작업을 통해 다시 태어난다. 새롭게 얻은 생명은 시간이 정지된 듯한 몽환적 세계에서 영원히 살아가는 강인한 존재가 될 것이다. 나의 작업은 새로운 생명을 틔우는 일이다.